a piece of wri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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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복숭아나무 중 종이 다르던 한 그루가 조금 일찍 과실이 열렸다. 복숭아는 어쩜 이리도 향도 맛도 좋은 걸까 생각했다. 버스 정류장의 애틋한 헤어짐마저 푸르러, 붉어진 연인의 뺨 같던 복숭아를, 가장자리 미감이 예쁜 반짝이는 스테인리스 접시에 몇 개 담아 본다. 무거운 유리그릇은 이제 못쓴다던 엄마를 위해 여러 해 전 사준 접시. 각도를 슬쩍 조절해 가며 선으로만 이루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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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 숨겨두고 은밀히 작업하고 싶은 발 작업의 타이틀이 나왔다.“Le Pas de la Nuit” 수오언니가 선물해 준 보뱅의 책을 통해 이름 짓게 된, “La main de vie” (삶의 손길)과 함께 하게 될 운명임을 직감한다. “Le Pas de la Nuit” (밤의 걸음)은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신화 1권 50페이지 ‘신발 끌고 온 역사의 기록’, 54페이지 nuit의 어원 Nyx(뉙스)에서 영감을 얻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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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들어온 신랑에게 어떻게 벌써 5월이냐고 스스로에게 되묻듯 말했다. 오늘이 5.18이야. 오후 늦게 알아채 각오하지 못한 책을 펼쳐든다. 이튿날 저녁까지 그리고 그 다음 날 아침 눈을 떴을 때 실핏줄이 터져 붉어진 흰자의 가장자리와 조금 부어버린 내 눈을 잊지 말아야지 생각했다. – 간혹 장편을 쓰면서 시를 쓰면 그 분위기가 들어온다. 『소년이 온다』을 쓰면서 시도 함께 썼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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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것에 검은 것을 담아 매일 몸에 집어넣어 봅니다. 당신의 뜨겁고 쓴 슬픔이 오래 내 안에 남아있기를 바라면서요. Every day, I pour black into black and take it into my body. Hoping your hot, bitter sorrow will stay within me for a long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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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하던 사람들의 손은 무엇을 말하는지, 또 수집하고 싶은 발을 통해서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어떠한 예정도 되어 있지 않은 다음 전시 전까지는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유독 저의 시야에 들어오는 것들을 수집할 뿐입니다. 그러다 천천히 레이어가 쌓이듯, 소리와 글과 그림의 결합을 시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일부러 수집한 소리든 의도치 않게 들려온 소리든, 직접 끄적인 글이든 노출되어 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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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가고.로 끝나는 사생화가 유독 눈에 남던 사월 날. 덕수궁에 작게 앉아 모란을 그리시는 명지대 이태호 교수님을 상상해 보았다. 이전에는 풍경이나 꽃밖에 그리지 못하는 스스로를 자책하여, 이 작업들이 내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묻던 때가 있었다. 어리석게도 나는 그 어떠한 의미도 없다고 생각했다. 사진술이 탄생한 지 200년이건만 풍경을 있는 그대로 그리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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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봄엔 세찬 비가 내립니다. 꽃은 피었다 지기를 반복하고 별은 저 멀리 보이지 않습니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이 봄에 어제 우리는 같은 일몰을 보았습니까? 아니겠지요. 나의 주홍빛 노을은 지하철 창틈으로 겨우 내비쳤다 사라졌을 뿐인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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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 이스파한에서 피어오르던 연기를 보았습니다. 슬프게도 아름답더군요. 끝없이 피어오르던 연기처럼 내 마음도 끝없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예술은 아름다워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은 없지만, 절망과 희망 사이를 그리는 나의 오른손이 꽃보다는 연기처럼 흩어지기를 바랐습니다. 그대를 괴롭히는 연기 또한 모두 사라지기를, 그리고 나면 그 겨울 함께 보았던 하얀 장미처럼 그대 곁에 아름다움만이 피어나기를. A month ago,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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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작업의 주제가 내게 오는, 세상의 어떤 순간이 나의 손을 빌어 나타나는 경이로운 순간을 경험했습니다. ‘나의 예술 철학’에 기반이 되는 그의 문장을 여기 기록해 둡니다. Recently, I had a wonderful moment when the theme of my work came to me on its own-naturally. It was a moment when the world expressed itself through my han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