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piece of writing

  • 기억의 서랍

    한 달 전, 나는 국립제주박물관에서 <기억의 서랍-다시 이어지는 순간들>이라는 주제로 치매가족 대상의 수업을 진행했다.  제주의 문화유산을 소개해 드리고 서로의 기억과 추억을 공유하는 내용이었다. 한 달간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간 우리에게 작은 일렁임이 있었던지 마지막 수업시간에는 나와 그들의 고운 눈에 눈물마저 고였다. 특별했던 그 경험을 글로 남겨보라는 신랑의 말에 시작을 좀처럼 하지 못하고 머뭇거리기를 열흘. 후텁지근한 여름의…


  • 못 자는 밤

    이렇게나 짙은, 옅은 밤에 반짝이는 건물의 은하수를 내려다 보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하나 둘, 푸른 별이 또 하나 둘, 지붕 끝에 걸렸네.


  • J’ai en rêve.C‘est mon exposition de peinture à paris, tôt ou tard.Bon corage!


  • 오르세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안내를 보니 지난해 말 다녀온 로트렉 전시가 생각나 올려본다. 국내에서는 로트렉 탄생 160주년을 기념하여 <툴루즈 로트렉:몽마르트의 별>이라는 제목으로 마이아트 뮤지엄에서 전시를 진행한 바 있다. 디자이너라면 반드시 알아야 했던 그의 포스터는 도발적인 구도와 컬러 등 지금 보아도 세련된, 정말이지 오르세 미술관의 타이틀 대로 ”길 위의 아트“였다.잡지의 표지디자인에서 자주 보이는 ‘글자 위…


  • 자화상

    서른아홉이 되던 해 날카롭고 따뜻하기를 어지러이 반복하던 날에 오후의 햇살이 푸른 하늘 저편과 나의 상념을 옅어지게 만들던 어느 날에 나는 문득 생각했다. 자화상을 남겨두어야겠다고,


  • 팔리지 않을 작품의 영감만이 계속해서 떠오르는 것. 그것을 결국 그리는 일은 하지 못할 말을 머릿속에 써 내려가거나 밝은 회빛 하늘에 아침부터 눈발이 날리던 이월 이십삼일 창밖의 동박새에 자꾸만 눈이 가는 것.


  • 모든 삶과 죽음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나아가지 않는 시대와 가깝고 먼 이의 죽음을 노벨상과 계엄, 빛과 참사, 사랑과 사랑이 있던 2024년을 마무리하며.


  • 새벽부터 비인지 눈인지 모를것이 내내 온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내내 아름답던 하얀 나비가 찾아 들던 작은 작업실을 떠나오며.


  • 젊어 성공한 나의 그림과 늙어 성공한 나의 그림에는 어떤 차이가 있어야 할까 2024년 7월 27일 의정부 미술 도서관에서 관람한 전시 중, 월간 문예지 <현대문학〉에 실린 시와 신사실파 6인의 작품을 보고,


  • 곰팡이

    작업실에 두던 작품들 뒷면에 곰팡이가 피었다. 이고 지다 결국 이렇게 될 줄도 알았고. 아직은 괜찮은 작품들이라도 살리려 액자에서 작품을 분리해 본다. 지익-하고 작품을 떼어낼 때마다 내 마음도 하나 둘 도려내지고, 생각보다 소리가 경쾌하다. 진희언니에게 어울릴 초록의 작품 하나는 맡기고, 끝내 떼어내지 못한 작품 몇 개가 내게 남았다. 버릴 것이 쓸데없이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