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a piece of wri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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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아홉이 되던 해 날카롭고 따뜻하기를 어지러이 반복하던 날에 오후의 햇살이 푸른 하늘 저편과 나의 상념을 옅어지게 만들던 어느 날에 나는 문득 생각했다. 자화상을 남겨두어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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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리지 않을 작품의 영감만이 계속해서 떠오르는 것. 그것을 결국 그리는 일은 하지 못할 말을 머릿속에 써 내려가거나 밝은 회빛 하늘에 아침부터 눈발이 날리던 이월 이십삼일 창밖의 동박새에 자꾸만 눈이 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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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에 두던 작품들 뒷면에 곰팡이가 피었다. 이고 지다 결국 이렇게 될 줄도 알았고. 아직은 괜찮은 작품들이라도 살리려 액자에서 작품을 분리해 본다. 지익-하고 작품을 떼어낼 때마다 내 마음도 하나 둘 도려내지고, 생각보다 소리가 경쾌하다. 진희언니에게 어울릴 초록의 작품 하나는 맡기고, 끝내 떼어내지 못한 작품 몇 개가 내게 남았다. 버릴 것이 쓸데없이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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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의 한 페이지에 남을 시대가 빠른 속도로 다가온다. 무엇을 이야기해야 하나 며칠을 보낸 뒤 나는 겨우 연필 한 자루 들고선 아름답고 한심한 꽃그림을 그린다. 인류에 위협이 될 정도로 급성장한 AI의 발전을 혹자는 사진기의 발명에 빗대기도, 또 다른 이는 뒤샹의 ‘샘’과 같은 작품이 주었던 충격에서 해답을 얻기도 하였다. 발전을 거듭해온 과학자들과는 다르게 예술가는 대게 비관적이더라는 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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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이 한 데로 모이는 것 같지 않아서 걱정이다. ‘푸른 누드와 쪽 작업 / 풍경과 패턴 / 과일 작업과 스케치’ 모두 좋아하는 작업인데, 문제는 각기 흩어져 있다는 것이다. 이 모든 모양새를 한 데로 모을 수는 없을까, 아니면 모두 나의 작업이라 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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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맛이 없은지 서너 달 되었을까. 애써 비빈 밥을 욱여넣다 결국 체했다. 견딜만한 편두통과 미열을 앓다가 더러 울음이 왈칵 쏟아지던 날도 있었다. 갈피를 못 잡던 그림 때문이었는지 그림 같던 내 인생 때문이었는지 내내 듣던 쓸쓸한 음악 때문이라며 나는 고작 하는 일이 조금 덜 쓸쓸한 음악을 듣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