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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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라 새벽부터 비가 추적추적 온다. 어제 늦게 잔 탓에 피곤해 눈을 뜨지 못하고 있는데, 부엌에서 달그락달그락 요리하는 소리가 들린다. 신랑도 피곤할 텐데 일찍 일어나 내 아침을 준비해주고 있다. 씻지도 않은 그가 오늘따라 보송보송하니 예뻐 보인다. 오늘 아침은 칼칼한 콩나물 국이다. 별거 넣지도 않은 것 같은데 남편이 하는 요리는 다 맛있다. 엄청 맛있다. 여덟 시 반 비행기로 그가 출장을 갔다. 집에 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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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8주 차인데 입덧을 전혀 안 한다.입덧은 유전이라는 말이 있어 엄마에게 물어보니 본인도 잘 안 하셨단다. 이젠 기억도 잘 안 나신다고. 나 또한 두어 번 정도 입덧을 한 것 같기도 하다.다행히 특별히 먹고 싶은 것도 없어서 신랑과 나는 굉장히 무난한 임신 초기를 보내고 있다. 그래도 며칠 전에는 갑자기 빨갛게 잘 익은 사과를 -잎 부분엔 빛을 못 받아서 노란 얼룩이 있는- 한 손에 들고 크게 한입 베어 먹고 싶었다. 그런데 지금은 사과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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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오렌지주스는 입에도 안 대던 내가 임신이 확인되기 며칠 전부터 오렌지주스가 그렇게 먹고 싶었다. 어느 날, 현석님이 보내주신 ‘퍼펙트 베이비’ 책을 보고 있는데 오렌지 주스에 엽산이 많다고 한다. 역시나. 때는 4월 30일쯤,제주의 한 산부인과에 가서 임신 검진을 받았다. 심장 소리가 들렸는데 기분이 묘했다.-이렇게 말하면 아기에겐 좀 미안하지만- 엄청나게 기쁘다기보다는 신기함과 두려움이 함께 오는, 지금까지 느껴본 적 없던 이상한 감정이었다. 아마 아빠도 비슷했으리라 생각된다. 그때 그 표정을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