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복숭아

아버지의 복숭아나무 중 종이 다르던 한 그루가 조금 일찍 과실이 열렸다. 
복숭아는 어쩜 이리도 향도 맛도 좋은 걸까 생각했다.

버스 정류장의 애틋한 헤어짐마저 푸르러, 붉어진 연인의 뺨 같던 복숭아를, 가장자리 미감이 예쁜 반짝이는 스테인리스 접시에 몇 개 담아 본다. 무거운 유리그릇은 이제 못쓴다던 엄마를 위해 여러 해 전 사준 접시.

각도를 슬쩍 조절해 가며 선으로만 이루어진 단순 명료한 스케치를 나는 얼른 끝내고서 곤히 낮잠을 자는 엄마를 깨운다. 스케치 하나만 해달라며 그녀를 재촉한다. 오랜만에 연필을 잡은 엄마는 내내 겸손을 부리면서도 최선을 다하고, 어느새 현관문을 열고 들어와 옆에 앉은 아버지는 슬쩍 한마디 보태다 꼭대기에 위치한 복숭아 각도를 살짝 조절해 본다.

이해해 보려다 마는 세계.
힘 있게 쓰여진 ‘엄마’ 라는 싸인에 눈시울이 붉어지는 세계.

복숭아는 결국 내게 무엇이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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