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유년시절 그림으로는 먹고살지 못한다는 말을 종종 듣고 살았다. 엄마는 그랬다. 배운 적 없던 그림솜씨가 상당했지만 그걸로는 먹고살 수 없었다. 엄마에게 그림은 아쉬움을 달래듯 그저 취미로 남았다. 그러니 우리 가족에게 그림은 사치일 뿐이었다.
하지만 나는 내내 그림이 그리고 싶었다.
여고시절, 내가 미술학원에 다니는 것은 부모님께 적지 않은 부담이었다. 물감 살 돈이라도 아끼려 3년 내내 연필 소묘만 했다. 결국 그림으로는 돈을 벌지 못한다며 디자인과를 선택하여 20대를 보내게 되었다. 하지만 디자인은 나와 맞지 않다 생각하며 졸업했지만 결국 디자인 회사에 취업하게 되었다. 이후에도 결국 그림이라며 되돌아오던 지난날이었다.
결혼을 하고 아기가 생기자 그림은 더욱 그리기 힘들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듯 태교 삼아 그림을 그리고 전시를 했다. 아기가 잠들면 새벽에 겨우 그린 그림을 들고 프리마켓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림은 다시 저 멀리 달아났다. 안갯속에 있는 바다와 같았다.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 꿈같은 것이었다. 신랑과 나 그리고 아기 모두에게 힘든 시간이었다.
다행히 최근 아이가 어린이집을 오후까지 다니기 시작하면서 내게도 잠시 시간이 생겼다. 그동안 나는 온전한 나의 삶과 마주했다. 그것은 그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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