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꽃

두어달 전 앞마당에 붓꽃을 심었다.

작업을 위해 쪽을 심을 요량으로 현관문 앞의 잡초가 무성한 작은 땅을 밭갈듯 갈았는데 -제주의 땅은 정말이지 돌 반 흙 반이라 일주일 내내 너무 힘들었다. 간혹 바위도 나온다.- 쪽만 심기 아쉬워 꽃 구근을 심었더랬다.

그러나 올 봄은 이상하게도 세찬 비바람이 강했다. 약한 잎들은 결국 꺽이고 말았고, 벼를 세우듯 나는 잎들을 모아 한데 묶어 주었는데 한번 꺽인 잎이 다시 세워질 리 만무했다. 때마침 꽃봉오리를 올린 세 꽃이 다시금 비바람에 고개를 떨구고야 말았다.

나는 조심히 꺽어와 화병에 꽂아 주었다.

애초에 붓꽃은 호주 여행 당시 추억의 꽃이었다. -시드니 플라워마켓에서 정우가 까아만 캉골 지갑을 꺼내들고 “어서 골라봐!” 하던 나의 생일 선물 꽃이다.-

화병에 툭 꽂아 식탁에 두었을 뿐인데 나는 다시 호주로 돌아간 듯 하다.

올 3월부터 받아보기 시작한 제민일보에 숨은그림찾기도 스도쿠도 있을 것만 같던 오늘 아침.

다음 여행지에서도 추억이 될 만한 꽃을 사봐야겠다.

디스커버리 퍼플과 실버리 뷰티(들여다보면 실버리 뷰티는 흰 부분이 반짝인다.)
호주 여행 당시 페트병 화병을 신랑이 만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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