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발전과 예술

미술사의 한 페이지에 남을 시대가 빠른 속도로 다가온다.

무엇을 이야기해야 하나 며칠을 보내고서 나는 겨우 연필 한 자루 들고는 꽃그림을 그렸다. 한심하다.

인류에 위협이 될 정도로 급성장한 AI의 발전을 혹자는 사진기의 발명에 빗대기도, 혹자는 뒤샹의 ‘샘’과 같은 작품이 주었던 충격에서 해답을 얻기도 하였다.

과학자들과는 다르게 예술가는 대게 비관적이더라는 데에서 잠시 위안을 얻는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것과는 별개로 결과는 다를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갈피

작업이 한 데로 모이는 것 같지 않아서 걱정이다.

푸른 누드와 쪽 작업 / 풍경과 패턴 / 과일 작업과 스케치

모두 좋아하는 작업인데

문제는 캔버스나 광목에 아크릴로의 작업과

옥사에 봉채로의 작업 등

각기 모양새가 다르다는 것이다.

이 모든 형태를 한 데로 모을 수는 없을까,

아니면 모두 나의 작업이라 할 수 있는가.

그해 겨울

입맛이 없은지 서너 달 되었을까.

애써 비빈 밥을 욱여넣다 결국 체했다.

견딜만한 편두통과 미열을 앓다가

더러 울음이 왈칵 쏟아지던 날도 있었다.

갈피를 못 잡던 그림 때문이었는지

그림 같던 내 인생 때문이었는지

내내 듣던 쓸쓸한 음악 때문이라며

나는 고작 하는 일이

조금 덜 쓸쓸한 음악을 듣는 일이었다.

부족함만 조용히 채워지는 하루가 간다.

아영이가 걸어온다.

아영이네 가족이 멀리서 걸어온다.

두 팔을 벌리자 작고 밝은 아이가 스스럼없이 내게 뛰어왔다. 나는 번쩍 들어올려 빙그르르 날아주었다.

아이와는 반대로 내 마음은 쿵 하고 내려앉았다.

아영이의 신랑이 내게 물었다.

“이렇게 전시하면 많이 뿌듯하시겠어요~”

걱정 가득한 마음에 가려 뿌듯함은 전혀 느끼지 못한터라 순간 스스로도 많이 놀랐다.

이튿날 부족함만 조용히 채워지는 하루가 간다.

어쩜 이리도 아직 나는.

먼길 와준 친구에게 부끄럽지 않은 작업을 이어가야겠다.

전시기간 동안의 가족이야기

아침부터 저녁까지 전시장을 지키는 동안, 신랑이 재택근무를 하며 정우를 돌봐주기로 했다. 일을 하다가도 정우의 학교 학원 픽업이 쉽지 않을텐데(가능한건가) 많이 미안하고 고맙다. 글로는 부족한 마음.

신랑이 수,목 출장을 가는 동안 정우가 하교후 두시간 정도 혼자 있기로 했는데, 이틀차가 되니 제법 씩씩하게 있는 것 같다. 혼자는 처음이라 엄마아빠가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저녁에 오리새끼마냥 나를 졸졸 쫓아다니긴 하지만ㅋㅋ

(다 큰줄 알았는데 아직 애기다.)

그보다 정우에게는 조금 미안한 이야기지만, 퇴근길에 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온전히 1시간동안 듣게 되어서 많이 행복하다.

네 번째 개인전 <알롱 달롱 탐라 산수>

전시 소식 알립니다.

오랜 기간 제주의 풍광에 홀린 듯 작업해 오던 저의 눈에
제주는 이제 조금 다른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네 번째로 진행하는 개인전 “알롱 달롱 탐라 산수”에서는
제주의 기원인 화산활동, 이로 인한 물의 흐름과 동식물을 관찰하여 디자인적 조형요소로 표현하고,
이상화된 자연을 산수<산/물/바위/나무>로 표현하였습니다.

알롱 달롱 탐라 산수 (김초희 천연색화 展)

국립제주박물관 고으니모르홀

2023. 9. 5 (화)~ 9. 24 (일) / 매주 월 휴관

오! 사과.

주제별로 하고 싶은 전시가 아직 많다.

푸른것들과

아버지의 사과 등이 그것이다.

전시명은 오! 사과.

2022.12.6

엄마의 오래된 나무 화구통

어릴 적 엄마는 종종 거실에서 이젤을 펴 들고 그림을 그렸다. 몇 없는 기억 중 하나 남은 것은 유화 특유의 냄새와 이젤 너머로 보였던 엄마의 발치다. 최근 여고시절 내가 미술학원에 다닐 무렵 잠시 쓰기도 했던 엄마의 오래된 나무 화구통을 물려받았다. 물려받았다기보다는 달라고 조른 것이 맞겠다. 엄마는 큰 미련 없이 주셨으나 나의 마음 한구석에는 엄마가 다시 붓을 들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훨씬 크다.

2021.11

붓꽃

두어달 전 앞마당에 붓꽃을 심었다.

작업을 위해 쪽을 심을 요량으로 현관문 앞의 잡초가 무성한 작은 땅을 밭갈듯 갈았는데 -제주의 땅은 정말이지 돌 반 흙 반이라 일주일 내내 너무 힘들었다. 간혹 바위도 나온다.- 쪽만 심기 아쉬워 꽃 구근을 심었더랬다.

그러나 올 봄은 이상하게도 세찬 비바람이 강했다. 약한 잎들은 결국 꺽이고 말았고, 벼를 세우듯 나는 잎들을 모아 한데 묶어 주었는데 한번 꺽인 잎이 다시 세워질 리 만무했다. 때마침 꽃봉오리를 올린 세 꽃이 다시금 비바람에 고개를 떨구고야 말았다.

나는 조심히 꺽어와 화병에 꽂아 주었다.

애초에 붓꽃은 호주 여행 당시 추억의 꽃이었다. -시드니 플라워마켓에서 정우가 까아만 캉골 지갑을 꺼내들고 “어서 골라봐!” 하던 나의 생일 선물 꽃이다.-

화병에 툭 꽂아 식탁에 두었을 뿐인데 나는 다시 호주로 돌아간 듯 하다.

올 3월부터 받아보기 시작한 제민일보에 숨은그림찾기도 스도쿠도 있을 것만 같던 오늘 아침.

다음 여행지에서도 추억이 될 만한 꽃을 사봐야겠다.

디스커버리 퍼플과 실버리 뷰티(들여다보면 실버리 뷰티는 흰 부분이 반짝인다.)
호주 여행 당시 페트병 화병을 신랑이 만들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