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슬같은 잣밤을 그리다 붓 끝이 다 닳도록 그림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바라 붓
풍경화를 다시 시작하려고 4B화방엘 들렀다.
-풍경화를 다시 시작하게 된 이유는 마음의 정리가 되는대로 나중에 따로 설명하겠다.-
학생때는 비싸서 엄두도 못내던 바바라 붓을 나는 성큼 집어들었다. 붓대가 푸른것이 마음에 든다. 모는 말할 필요도 없겠지 뭐.
계산대의 어머님이 알아봐주신다.
“좋은 붓 샀네~ ”
“헤헤”
바보처럼 웃고 말았다.

아영이가 걸어온다
아영이가 걸어온다.
아영이의 가족이 멀리서 걸어온다.
두 팔을 벌리자 작고 밝은 아이가 스스럼없이 내게 뛰어왔다. 나는 번쩍 들어올려 빙그르르 날아주었다.
아이와는 반대로 내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아영이의 신랑이 내게 물었다.
“이렇게 전시 하시면 많이 뿌듯하시겠어요~”
뿌듯함보다는 걱정이 앞서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스스로도 많이 놀라웠다.
첫날은 정신이 없었고, 이튿날 조용히 앉아 있자니
부족함만 가득 채워지는 하루가 간다.
어쩜 이리도 나는 아직 부족한가.
먼데서 뱃속의 아이와 가족 모두 함께 와준 친구에게 부끄럽지 않은 작업을 이어가야겠다.
전시기간동안의 가족이야기

아침부터 저녁까지 전시장을 지키는 동안, 신랑이 재택근무를 하며 정우를 돌봐주기로 했다. 일을 하다가도 정우의 학교 학원 픽업이 쉽지 않을텐데(가능한건가) 많이 미안하고 고맙다. 글로는 부족한 마음.
신랑이 수,목요일에 출장을 가는 동안은 정우가 하교후 두시간 정도 혼자 있기로 했는데, 이틀차가 되니 제법 씩씩하게 있는 것 같다. 혼자는 처음이라 엄마아빠가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저녁에 오리새끼마냥 나를 졸졸 쫓아다니긴 하지만ㅋㅋ
(다 큰줄 알았는데 아직 애기다.)
그보다 정우에게는 조금 미안한 이야기지만, 퇴근길에 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온전히 1시간동안 듣게 되어서 많이 행복하다.
네 번째 개인전 <알롱 달롱 탐라 산수>

전시 소식 알립니다.
오랜 기간 제주의 풍광에 홀린 듯 작업해 오던 저의 눈에
제주는 이제 조금 다른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네 번째로 진행하는 개인전 “알롱 달롱 탐라 산수”에서는
제주의 기원인 화산활동, 이로 인한 물의 흐름과 동식물을 관찰하여 디자인적 조형요소로 표현하고,
이상화된 자연을 산수<산/물/바위/나무>로 표현하였습니다.
알롱 달롱 탐라 산수 (김초희 천연색화 展)
국립제주박물관 고으니모르홀
2023. 9. 5 (화)~ 9. 24 (일) / 매주 월 휴관
오! 사과.
주제별로 하고 싶은 전시가 아직 많다.
푸른것들과
아버지의 사과 등이 그것이다. 전시명은 오! 사과.
2022.12.6
엄마가 쓰시던 나무 화구통
어릴적 거실에서 이젤을 펴들고 그림을 그리던 엄마가 언젠가 다시 붓을 들었으면 좋겠다.
2021.11
붓꽃
두어달 전 앞마당에 붓꽃을 심었다.
작업을 위해 쪽을 심을 요량으로 현관문 앞의 잡초가 무성한 작은 땅을 밭갈듯 갈았는데 -제주의 땅은 정말이지 돌 반 흙 반이라 일주일 내내 너무 힘들었다. 간혹 바위도 나온다.- 쪽만 심기 아쉬워 꽃 구근을 심었더랬다.
그러나 올 봄은 이상하게도 세찬 비바람이 강했다. 약한 잎들은 결국 꺽이고 말았고, 벼를 세우듯 나는 잎들을 모아 한데 묶어 주었는데 한번 꺽인 잎이 다시 세워질 리 만무했다. 때마침 꽃봉오리를 올린 세 꽃이 다시금 비바람에 고개를 떨구고야 말았다.
나는 조심히 꺽어와 화병에 꽂아 주었다.
애초에 붓꽃은 호주 여행 당시 추억의 꽃이었다. -시드니 플라워마켓에서 정우가 까아만 캉골 지갑을 꺼내들고 “어서 골라봐!” 하던 나의 생일 선물 꽃이다.-
화병에 툭 꽂아 식탁에 두었을 뿐인데 나는 다시 호주로 돌아간 듯 하다.
올 3월부터 받아보기 시작한 제민일보에 숨은그림찾기도 스도쿠도 있을 것만 같던 오늘 아침.
다음 여행지에서도 추억이 될 만한 꽃을 사봐야겠다.


삼키지 못한 디자인
며칠 전 옆집 마마롱 사장님과의 대화 속에
삼키지 못한 디자인이라는 말이 자꾸만 머리위로 떠오른다.
미대군대
정우에게 물었다.
“정우야 미대 갈 생각 없니?”
정우가 대답했다.
“싫은데~ 군대할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