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le spleen de Jeju
-
정우가 자다 뒤집기를 반복하며 데굴데굴 구르는데 벽에 부딪혀 그만 더이상 갈 수 없게 되자 응애응애 울었다. 그런 정우가 난 너무 웃겨 안아 달래며 웃었다. 조금 미안했다. ㅋㅋㅋ
-
우리아가, 제일 좋아하는 사진을 올려본다. 어젯밤 잠들기 전 우리는 지금 이때가 제일 이쁜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막 옹알이를 시작할 무렵, 눈이 똘망똘망 해져서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슨 말을 하고싶어 하는지, 우릴 보며 살짝 웃어줄때, 그 때. 정우가 좀 더 커서 논리적으로 얘기하면 안이쁘다고 한다. + 4년후 드는 생각, 6살에 논리적으로 얘기 하려고 노력하니 더 귀엽다.
-
출산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그의 출장이 잡혔다.그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주고 다녀오겠다 다짐한 듯 보였다.혼자 있을 때 가장 큰 난관은 밥을 먹는 일이었는데, 밑반찬을 바로 꺼내 먹을 수 있도록 그릇에 담아주었다. 한 겹 한 겹 쌓인 치즈와 김이 들어간 달걀말이도.그 어떤 허세 가득한 사진보다 내게 가장 아름다웠던 식탁이다.
-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정우는 벌써 태어난 지 5주가 되었고, 그새 키도 몸무게도 많이 늘었다.최근엔 밤새 눈이 말똥말똥한 녀석 덕분에 새벽 내 라디오와 함께하고 있다.내 온 신경은 날카롭고 몸은 엉망이다. 하지만 젖을 먹고 품에서 잠든 얼굴을 보면 정말 천사가 내려온 것이 아닐까 하는 기분이 든다.오늘은 날 보며 따라 웃기까지 했다. 여보가 그걸 봤어야 했는데 ㅎ 회사, 집안 일, 육아 모든 것을…
-
결국 우리는 수술을 택했고 열 시간이 허망하게도 아가의 울음소리는 수술실로 향한 지 고작 10분 만에 들렸다고 한다.저 작은 것과 마취에 취해 있던 나를 보며 신랑은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고 했다.희미한 정신을 붙들고 있던 내게 아가를 보여주던 것이 생각난다.장시간의 수면부족과 산통 후로 온몸의 기력과 수분이 빠진 나는 억억 소리만 날 뿐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아가에게 젖은 물려야 한다며 아픈 몸을 옆으로 뉘었다.아가가 품에…
-
며칠 전부터 태교 삼아 아영이 알려준 ‘ebs 낭독 –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을 듣고 있다. 상당히 좋으니 추천한다. 아침마다 반수면 상태로 듣고 있는데 오늘 아침엔 그가 책을 한 권 가져오더니 본인이 읽어주겠다고 한다.잠잘 시간도 부족할 텐데 새벽에 짬을 내어 읽어주다니.그는 목소리가 좋았다. 많이 좋았다.품에 쏙 안겨 눈을 감고 들었더니 책 내용은 점점 희미해지고 목소리만 귓가에 남았다.신랑은 다음에 읽을 책을 소파 위에 꺼내두곤 서둘러 샤워를…
-
장마라 새벽부터 비가 추적추적 온다. 어제 늦게 잔 탓에 피곤해 눈을 뜨지 못하고 있는데, 부엌에서 달그락달그락 요리하는 소리가 들린다. 신랑도 피곤할 텐데 일찍 일어나 내 아침을 준비해주고 있다. 씻지도 않은 그가 오늘따라 보송보송하니 예뻐 보인다. 오늘 아침은 칼칼한 콩나물 국이다. 별거 넣지도 않은 것 같은데 남편이 하는 요리는 다 맛있다. 엄청 맛있다. 여덟 시 반 비행기로 그가 출장을 갔다. 집에 홀로…
-
그는 입술이 예뻤다.조금은 매서운 눈매와 안경이 그리고 살이 붙어 동글한 얼굴에 도톰한 입술이 예뻤다. 그는 왼손으로 폰을 자주 본다.그래서 왼편으로 기운 몸 때문에 오른쪽 얼굴을 많이 보게 되는데 머리카락부터 귓볼 턱 입술 코 눈까지 찬찬히 한참을 바라보았다. 그의 섹시함과 귀여움은 입술에서 나오는가 싶다.어젯밤엔 일 때문에 새벽 네시가 다되어 잠을 잔듯하다. 일찍 자는 나를 재워주려 그가 옆에 누웠다. 심장이 뛰었다.
-
임신 8주 차인데 입덧을 전혀 안 한다.입덧은 유전이라는 말이 있어 엄마에게 물어보니 본인도 잘 안 하셨단다. 이젠 기억도 잘 안 나신다고. 나 또한 두어 번 정도 입덧을 한 것 같기도 하다.다행히 특별히 먹고 싶은 것도 없어서 신랑과 나는 굉장히 무난한 임신 초기를 보내고 있다. 그래도 며칠 전에는 갑자기 빨갛게 잘 익은 사과를 -잎 부분엔 빛을 못 받아서 노란 얼룩이 있는- 한 손에 들고 크게 한입 베어 먹고 싶었다. 그런데 지금은 사과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