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le spleen de Jeju
-
행복을 강요당했다. 아가를 키우는 지금이 가장 좋을 때라며 나는 엄마에게 행복을 강요당했다. 엄마에겐 미안하지만 짧은 삼십 인생 겪은 바, 지나고 보니 그때가 좋았다는 말은 내겐 틀렸다. 도대체 지나고 보니 고교시절이 좋았다는 말은 누가 뱉은 것인가. 각각의 시에 불행이, 행복이, 슬픔이, 기쁨이 뒤엉켜 존재하는 것이 아니던가. 그리하여 나는 지금이 가장 좋을 때는 아니었으면 한다. 그렇다면 남은…
-
벌써 두 번째로 맞는 결혼기념일 겸 스트레스 해소 겸 우리 가족은 오키나와를 다녀왔다.비행시간이 가장 짧기도 했고 -돌도 안된 아기와 함께하는 여행엔 선택지가 그리 많지 않다.- 난 여행지보다는 휴양지를 선호하는 편이고 게다가 일본은 한 번도 가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간 다녀온 해외 여행지는 프랑스와 상해. 여행의 폭과 깊이가 짧고 얕은 나로서는 참으로 적당한 여행지가 아닐 수 없었다.…
-
최근 신랑은 정우가 점점 더 이뻐진다고 말했다. 정우는 이제 엄마, 맘마, 아빠를 말할 수 있다.꽤 정확한 발음으로 아빠빠빠 하면 내가 “아빠?” 하고 놀라 웃어 보이는데, 정우는 ‘뭘 이런 일로 놀라?’ 라는 얼굴로 시크하게 고개를 돌렸다. 두어 달 전에는 배에 부우- 하고 바람을 불어 방귀소리를 내면 어느새 따라 우리의 배에, 다리에, 팔에 똑같이 따라 부우- 한다.…
-
정우는 이제 잠깐 앉을 수 있게 되었다. 다시 뒤집고 싶은데 방법을 몰라 고민하는 모습이 보인다. ‘뒤로 떨어졌더니 지난번에 엄청 아팠어. 옆으로 떨어지는 건가 음 앞으로 내려가자 아 다리는 어떻게 해야 하지?’ 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귀엽다.
-
아가를 키우는 동안 어제와 다를 것 없는 하루를 보낸다 생각했다.스트레스가 절정일 때에는 신랑이 정신과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어떠하겠느냐고 이야기할 정도였으니까. 낮잠을 재워놓고 집안일을 끝마치니 시간이 조금 남았다.이 책 저책 살펴보다 정우가 언제 깨어나도 덮기 좋은 산문집 한 권을 집어 들었다. 몇 장 읽다 문득 든 생각. 나는 아가를 키우는 동안 어제와 다를 것 없는 하루를 보낸다 생각했다. 그렇지만 정우가 성장통으로 새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