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le spleen de Je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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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 저녁, 서귀포 월드컵 경기장에서 축구 경기가 있었다. 우리 가족은 7년 전 사두었던 형광빛이 강한 주황색 티셔츠를 챙겨 입고, 정우가 만든 응원용 태극기도 챙겨 경기장으로 향했다. 당연히 치킨과 햄버거도 빠질 수 없지. 경기장 중앙의 좌석보다는 골대 뒤편의 자리를 선호한다. 테이블이 있어 경기를 관람하며 먹기가 편하기 때문이고, 반대편도 생각보다 잘 보인다. 그날은 응원석 가까이에 앉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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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이 마음에 들어 팔로우하던 한 작가를 더 이상 팔로우하지 않게 되었다. 작가의 작품은 차분한 듯 차가우며 어두운 듯 부드러웠으나, 아래 달린 글에 이내 마음이 식어버렸기 때문이다. 작품 설명은 고사하고 마음을 쉬이 드러내 보이니 그 사람의 예술적 깊이와 안목은 어떠할지 모르겠으나 생각과 태도 또한 작품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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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밤, 하얀 형광등은 꺼지고 지구본에 옅은 노오란 불이 켜지고 나면, 요즘 이야기하자 말하는 정우다. 오늘 자신은 축구를 했는데, 그동안 엄마는 무얼 했는지 또 어떤 마음이었는지. 이런저런 이야길 하다, 엄마아빠는 언제고 너를 사랑한다 말해주었다. “그런데 엄마 아빠가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 정우가 조금 덜 사랑하게 되면 어쩌지?” 하고 나는 물었다. “그럼 저- 안에 있던 사랑하는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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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밤 소주잔과 맥주캔을 함께 기울이는 것, 내가 알아듣지 못하는 말들을 자꾸만 얘기해 주는 것, 나에게만 보여주는 춤사위와 차 안에서 들려주는 선곡들. 지쳐 소파에 누워 있을 때 얼굴 근처에서 나는 냄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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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다리에 밴드를 붙이는 사이 아이는 약통에서 꺼낸 손톱가위로 본인의 손톱을 깎아본다. 유치원은 이미 지각이지만 손톱이 제법 길어 깎고 가기로 했다. 아들은 두 번째 손가락의 손톱을 아주 조금 깎아 보고는 “엄마, 아직 나는 용기가 없어.”라고 말했다. 어른들은 용기가 없으면 시도치 않거나 얼버무리기 일쑤인데, 너는 용기가 없다는 말도 할 줄 아는 용기 있는 사람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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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의 30년 지기 친구부부가 놀러 와 횟집에서 회를 먹던 중이었다. 갑자기 옆 테이블 부부가 정우와 친구부부의 아들에게 오천원씩 용돈을 주시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영문을 모른채 화들짝 놀라 인사를 건넸더니 하시는 말씀이 아이들이 둘이나 있어 바로 옆 테이블에 앉기 싫었는데, 예상과 달리 떠들썩하지 않게 잘 있고, 잘 먹고, 또 기다리는 동안 책을 보기까지~ 너무 예뻐서 용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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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에서 들었던 수목원과 도넛 이야기. 출판을 하던 분은 나무에게 미안한 마음에 결국 수목원을 만들었고, 목수는 꿈을 접고 도넛가게를 하려다 마음을 다잡고 나무로 도넛을 깎았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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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가량안고 있던 작품을 다른 분에게 보내드렸다. ‘지난겨울의삼나무길’이라는 작품으로, 제주의 비자림로가 훼손될 시기에 그려진 작품이었다.다양한 사람들의 생각과 이익이 연결된 사안이라 이렇다 저렇다 말하기 어렵지만, 작품이 그려진 후부터 꽤나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 주던 작품이었다. 연락을 주신 분은 남원에 살고 계시고, -처음엔 서귀포 남원인 줄 알았다- 그림을 본지는 오래되셨는데이제야용기 내 구입을 원하신다고 하셨다. 그림을 다시 시작하게 된 계기와 일상의 이야기들 또한 공감되셨다고.. 개인적인 이야기는 페북이나 여기 홈페이지에 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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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로를 처음 접하게 된 건 여고시절이다. 수능이 끝난 직후, 일어 선생님께서 반의 모든 학생들에게 ‘이웃집 토토로’를 보여주셨다. 이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나 ‘붉은 돼지’ 등의 작품을 연속해서 본 것 같다. 당시에는 고3 학생들에게 수고했다는 의미로 이해했지만, 후에 내가 본 애니메이션들이 실로 어마어마한 작품이고 또 제작사가 ‘스튜디오지브리’라는 사실은 대학생이 되고 나서야 알았다. 며칠 전, 넷플릭스에 ‘이웃집 토토로’가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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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기회가 생겨 참숯 만들기 체험을 했다. 굽이굽이 숲길을 들어가 땅을 파고, 나무를 한다. 그 나무는 원기둥 모양으로 쌓아 올리고, 가을의 억새로 치장(?)을 하면 체험이라기보다는 고생이다. 후에 “그걸 왜 돈 주고 하냐”는 신랑 지인의 물음도 있었지만, 모두 끝마치고 보니 좋은 경험이었다. 때마침 나는 그 후 ‘아트제주’에서 만났던 ‘이배’ 작가님의 작품이 숯으로 작업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