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le spleen de Jeju


  • 벌써 두번째 맞는 결혼기념일 겸 스트레스 해소겸 우리 가족은 오키나와를 다녀왔다. 비행시간이 가장 짧기도 했고 -돌도 안된 아가와 함께하는 여행엔 선택지가 그리 많지 않다.- 난 여행지보다는 휴양지를 선호하는 편이고 게다가 일본은 어쩐일인지 한번도 가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간 다녀온 여행지는 프랑스와 상해 정도로 여행의 폭과 깊이가 짧고 얕은 나로써는 참으로 적당한 여행지가 아닐 수 없었다. ㅋㅋ…


  • 한발짝

    어제였다. 7시쯤 이었다. 그간 종종 5초 10초정도 서있다 팍 쓰러지던 정우가 언젠가부터 천천히 앉기 시작하더니 드디어 어제 한걸음 내디뎠다. 맙소사 근래들어 맘마를 끊으려고 많이 주지 않았는데 그날 오후 충분히 주어서 컨디션이 좋았던 것일까, 그냥 때가 되어서일까. 이유야 어찌되었건 걸었다. 정우가 걸었다. 말할 수 없는 기쁨이다.


  • 정우는 드디어 낮에도 밤에도 맘마를 하지않고 잘 수 있게 되었다. 지난 금요일이었다. 신랑이 저녁에 말하길 “오늘부터 내가 정우를 데리고 잘테니 넌 따로 자라 제발! ” -‘제발’은 몇번 그리 말했으나 내가 여보의 말을 듣지 않고 같이 자다 계속 새벽수유를 하게 된 사건에서 비롯함- 결국 나는 신랑방으로, 신랑과 정우는 안방에서 같이 잠을 청했다. 늘 맘마를 하며 잠이들던…


  • 이상할 노릇이었다. 언제인지 울며불며 신랑에게 일주일에 두시간만 내 시간을 달라 이야기 하던때가 있었다. 아가와 떨어져 나만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것은 아가에게도 필요한 시간이라 생각했다. 신랑이 말했다. 가서 영화를 보든 그림을 그리든 미술관을 가든 아님 카페를 가던지 하라고, 다녀오라고 말했다. 그런데 나는 다시 울음이 났다. 꺼이꺼이 울며 말했다. “으허오어엉 가고싶은데가 없우오어엉. 혼자 하고시푼게 업스으어엉.” 나 혼자서는 가고싶은…


  • 신랑은 정우가 점점 더 이뻐진다고 말했다. 사실이다. 정우는 점점 이뻐지고 있다. 정우는 이제 엄마, 맘마, 아빠를 종종 하고있다. 최근 꽤 정확한 발음으로 아빱빠빠 하면 내가 아빠? 하고 놀라 웃으며 보는데, 그럼 뭐 이런걸로 놀라냐는 식으로 정우는 시크하게 고개를 옆으로 돌린다. 또 두어달 전인가 배에 부우- 하고 바람을 불어 방귀소리를 냈는데 어느새 따라 우리의 배에 다리에…


  • 정우의 이가 쏘옥 올라왔다. 귀엽다. 어째서 매번 아빠가 출장가있을때에 크는것인지. 새벽에 종종 깨서 돌아다니더니 이가 나려고 그랬니. 고생했어 사랑해


  • 정우는 이제 잠깐 앉을 수 있게 되었다. 다시 뒤집고 싶은데 방법을 몰라 고민하는 모습이 보인다. ‘뒤로 떨어졌더니 지난번에 엄청 아팠어. 옆으로 떨어지는 건가 음 앞으로 내려가자 아 다리는 어떻게 해야하지?’ 라고 생각하는것 같다. 귀엽다.


  • 아가를 키우는 동안 어제와 다를 것 없는 하루를 보낸다 생각했다. 스트레스가 절정에 달했을 때에는 신랑이 정신과 상담을 받아보는것이 어떠하겠느냐고 이야기 할 정도였으니까. 정우 낮잠을 재워놓고 집안일을 끝마치니 시간이 조금 남았다. 이책 저책 살펴보다 정우가 언제 깨어나도 덮기 좋은 산문집 한 권을 집어들었다. 몇장 읽다 문득 든 생각. 나는 아가를 키우는 동안 어제와 다를 것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