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le spleen de Jeju

  • 청띠제비나비

    지난해부터 집 앞 담너머 자리한 귤나무 한 그루에 덩굴이 가득하더니, 그 위로 나비가 날아든다. 날개에 제주의 푸른 바다빛을 담은 나비다. 늘 이맘때쯤 날아드는 것을 보니 녀석들은 여름을 닮은 것이 분명하다. 한 마리가 날아들어 오늘도 어김없이 나의 시선을 한참이나 빼앗는다. 어느샌가 서너 마리가 아니 네다섯 마리인가, 이리저리 반짝이며 날아다니는 모습이 오늘 아침 곽지바다 위로 쏟아진 아침햇살…


  • 작은 씨앗

    여전히 속세의 것들이 자꾸만 나의 마음을 잡아먹는다. 그럴 때면 나는 씨앗처럼 작아졌다가는 다시 싹을 힘차게 내보낼 준비를 하는 것이지.


  • 재잘재잘

    완두콩처럼 작던 너의 두 발이 10년이 지나도록 이리 좋을 줄이야. 어여쁘게 재잘거리던 너의 열 발가락이.


  • 기억의 서랍

    한 달 전, 나는 국립제주박물관에서 <기억의 서랍-다시 이어지는 순간들>이라는 주제로 치매가족 대상의 수업을 진행했다.  제주의 문화유산을 소개해 드리고 서로의 기억과 추억을 공유하는 내용이었다. 한 달간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간 우리에게 작은 일렁임이 있었던지 마지막 수업시간에는 나와 그들의 고운 눈에 눈물마저 고였다. 특별했던 그 경험을 글로 남겨보라는 신랑의 말에 시작을 좀처럼 하지 못하고 머뭇거리기를 열흘. 후텁지근한 여름의…


  • 못 자는 밤

    이렇게나 짙은, 옅은 밤에 반짝이는 건물의 은하수를 내려다 보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하나 둘, 푸른 별이 또 하나 둘, 지붕 끝에 걸렸네.


  • le français

    J’ai en rêve.C‘est mon exposition de peinture à paris, tôt ou tard.Bon corage!


  • 자화상

    서른아홉이 되던 해 날카롭고 따뜻하기를 어지러이 반복하던 날에 오후의 햇살이 푸른 하늘 저편과 나의 상념을 옅어지게 만들던 어느 날에 나는 문득 생각했다. 자화상을 남겨두어야겠다고,


  • 팔리지 않을 작품의 영감만이 계속해서 떠오르는 것. 그것을 결국 그리는 일은 하지 못할 말을 머릿속에 써 내려가거나 밝은 회빛 하늘에 아침부터 눈발이 날리던 이월 이십삼일 창밖의 동박새에 자꾸만 눈이 가는 것.


  • 모든 삶과 죽음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나아가지 않는 시대와 가깝고 먼 이의 죽음을 노벨상과 계엄, 빛과 참사, 사랑과 사랑이 있던 2024년을 마무리하며.


  • 젊어 성공한 나의 그림과 늙어 성공한 나의 그림에는 어떤 차이가 있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