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 나는 국립제주박물관에서 <기억의 서랍-다시 이어지는 순간들>이라는 주제로 치매가족 대상의 수업을 진행했다.
제주의 문화유산을 소개해 드리고 서로의 기억과 추억을 공유하는 내용이었다. 한 달간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간 우리에게 작은 일렁임이 있었던지 마지막 수업시간에는 나와 그들의 고운 눈에 눈물마저 고였다. 특별했던 그 경험을 글로 남겨보라는 신랑의 말에 시작을 좀처럼 하지 못하고 머뭇거리기를 열흘.
후텁지근한 여름의 노을이 지고 아홉 시가 조금 넘은 시간,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오빠에게서 전화가 왔다. 엄마가 조금 이상하다고. 낮에 언니에게서 온 전화를 못 받고 이제 연락이 닿았는데 엄마가 했던 말을 반복하고 기억을 잘 못한다고 했다.
어제 나와 통화할 때까지만 해도 분명 괜찮았던 나의 엄마가 말이다.
내게도 이제 그 서랍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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