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같은 날엔 무조건 금능이었다.
전날부터 나는 두근두근 설레는 맘으로 수영복, 여벌옷, 씻을물, 간식 등을 준비해두었다.
한편, 정우는 새학기부터 다니기 시작한 어린이집을 가기 싫어한다. 어제는 입구에서부터 들어가기 싫다고 울며불며 떼쓰다 결국 야외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삼십분 정도 놀게되었다.
그리곤 바로 나와함께 금능으로 향했던 것이다.
바다는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웠다.
어제는 날이 좋아 놀이터에서도 놀고 바다에서도 엄마랑 신나게 놀았지만 오늘은 꼼짝없이 12시까지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했다.
잘 할 수 있을지 ..

아들은 공룡을 좋아한다.
고양이 자세를 하고는 뒷발차기를 하면 본인이 안킬로 사우르스가 된 것이다.
머리를 들이밀고 힘껏 쿵 하면 파키케팔로 사우스르다.
자꾸 때려서 아프다. 이새ㄲ..

눈이 오는 김영갑 갤러리에서 꽃이 만발한 엽서를 사들고왔다.그리고 나의 신랑은 점점 멋있어진다.

나무만큼 큰 로즈마리를 조금 꺽어왔는데 방이 정리되었다. 나는 찬장에서 신랑이 쓰지않는 술병을 꺼내왔다. 우키요에 풍의 일본 여자가 그려진 작은 술병이었다. 꺽어온 로즈마리를 나는 그 작은 술병에 담가두었다. 봄에 뿌리가 내리면 아파트 화단에 심을 생각이다.

올해 마흔이 된 신랑에게
저 오랜 나무처럼 항상 우뚝 서 있길
생각보다 일찍 만난 수선화처럼 늘 설레이길

앞집언니

한달 뒤면 이 아파트로 이사온지도 벌써 3년이다.

아기를 갖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회사생활로 아파트 내 사람들과 교류가 많지 않았다.

아기를 낳고 집에만 있게 되면서 나는 자연스레 앞집 언니와 교류가 많아졌다.

‘앞집’이라 칭하는 것은 우리 아파트의 구조상 같은 층에 위치한 두 집의 현관 입구가 서로 마주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옆집이 아닌 앞집 언니가 되었다.

아랫집 윗집에 누가 사는지 모르고 관심이 없는 혹은 층간소음으로 인해 사이가 좋지 않은 현대사회의 이웃을 생각해보면 우리가 이 집으로 이사를 온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

아랫집 역시 손주를 봐주시는 젊은 할머니가 사시는데 -체력이 나보다 좋으신 것 같다- 정우가 그리 뛰어도 본인도 애를 키우는 입장이니 괜찮다 하신다. 되려 죄송스럽고 조심스러운 마음만 커질뿐이다.

앞집 언니는 유쾌하다.

자주 시간을 내어 언니와 차라도 한잔하면 묵은 스트레스가 풀리는 편이다.

어느날에는 아침부터 정우와 싸워 힘든 날이었다. -지금은 이유도 생각나지 않지만- 언니가 연락이 와 하소연을 하였더니 점심이나 먹자며 나와 정우를 데리고 집앞 해장국집으로 갔다. -우리 집앞엔 없는 것이 없다. 자매국수부터 치킨집까지 핫 플레이스다. – 별 말 없었지만 언니는 내게 다방면으로 기댈 어깨를 내어 주었다.

앞집 언니는 손도 크다. 밥부터 귤까지. 그리하여 요리를 못하는 내가 얻어먹을 일이 많은데 늘 고맙게 생각한다.

앞으로도 언니에게 배울 것이 많다. 요리든 육아든.

내가 생각하는 육아란

육아는 나 또한 어린 아기처럼 약하고 미숙한 존재임을 깨닫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