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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같은 날엔 무조건 금능이었다. 전날부터 나는 두근두근 설레는 맘으로 수영복, 여벌옷, 간식 등을 준비해 두었다. 한편, 정우는 새 학기부터 다니기 시작한 어린이집을 싫어한다. 어제는 입구에서부터 들어가기 싫다고 울며불며 떼쓰다 결국 나와 함께 금능으로 향했던 것이다. 바다는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웠다. 어젠 날이 좋아 바다에서 나와 신나게 놀았지만, 오늘은 꼼짝없이 12시까지 어린이집에서 지내기로 했다. 잘할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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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감물로 염색한 천이 이제야 색이 나왔다.감물은 살균효과가 뛰어나 천에 염색하면 벌레들이 비켜간다고 한다.나는 고이 보관하던 정우의 배냇저고리와 돌한복을 꺼내 기다란 감물염색천으로 감쌌다.정우가 클 때까지 벌레들이 비켜가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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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는 이제 17개월에 접어들었다.그간 아빠의 출근과 출장에는 익숙해진 터, 익숙하긴 해도 아빠와 떨어지기 싫은 정우다. 꼬박 24시간이 넘는 나와의 이별은 이번이 첫 시도. 육지 여행 계획은 아래와 같다.1. 아영의 세종 신혼 집들이.2. 언니의 이직으로 인한 이사, 청주 공항에서 15분 거리다.때마침 두 사람의 집은 꽤 가까운 거리였고, 이동 역시 민지가 운전을 해주기로 했다. 집에서 나오는 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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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가 거의 끝나갈 무렵,아직 키가 작던 정우가 의자에 걸려있던 수건을 아래로 당겨 꺼내려다 의자가 넘어졌다.정우는 깜짝 놀라 울었다.옆에 있던 아빠가 “우리 정우~ 엄마한테 수건 주려고 했어?” 라고 말한다.이제껏 성악설을 믿던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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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야 나비야 이리 날아오너라~”정우가 좋아하는 동요다. 내게는 노랑나비가 나오는 그림책이 있다.얼룩무늬 젖소 옆에 노랑나비가 나오는, 디자인이 참으로 간결하고 내용 또한 아름다운 책이다. 늘 그 책을 읽을 때면 나는 나비를 가리키며 “나비야~ 나비야~” 노래했다. 오늘 내게 안겨 찡찡대는 정우에게 그 동요를 불러 주었는데,아이는 곧 내 품을 벗어나더니 그 그림책을 가져와서는 나비가 있는 페이지를 펼쳐 나에게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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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강요당했다. 아가를 키우는 지금이 가장 좋을 때라며 나는 엄마에게 행복을 강요당했다. 엄마에겐 미안하지만 짧은 삼십 인생 겪은 바, 지나고 보니 그때가 좋았다는 말은 내겐 틀렸다. 도대체 지나고 보니 고교시절이 좋았다는 말은 누가 뱉은 것인가. 각각의 시에 불행이, 행복이, 슬픔이, 기쁨이 뒤엉켜 존재하는 것이 아니던가. 그리하여 나는 지금이 가장 좋을 때는 아니었으면 한다. 그렇다면 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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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두 번째로 맞는 결혼기념일 겸 스트레스 해소 겸 우리 가족은 오키나와를 다녀왔다.비행시간이 가장 짧기도 했고 -돌도 안된 아기와 함께하는 여행엔 선택지가 그리 많지 않다.- 난 여행지보다는 휴양지를 선호하는 편이고 게다가 일본은 한 번도 가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간 다녀온 해외 여행지는 프랑스와 상해. 여행의 폭과 깊이가 짧고 얕은 나로서는 참으로 적당한 여행지가 아닐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