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았다 눕는 방법

정우는 이제 잠깐 앉을 수 있게 되었다.
다시 뒤집고 싶은데 방법을 몰라 고민하는 모습이 보인다.

‘뒤로 떨어졌더니 지난번에 엄청 아팠어.
옆으로 떨어지는 건가
음 앞으로 내려가자
아 다리는 어떻게 해야하지?’

라고 생각하는것 같다.
귀엽다.

어제와 다를 것 없는 하루

아가를 키우는 동안 어제와 다를 것 없는 하루를 보낸다 생각했다.

스트레스가 절정에 달했을 때에는 신랑이 정신과 상담을 받아보는것이 어떠하겠느냐고 이야기 할 정도였으니까.

정우 낮잠을 재워놓고 집안일을 끝마치니 시간이 조금 남았다.
이책 저책 살펴보다 정우가 언제 깨어나도 덮기 좋은 산문집 한 권을 집어들었다.

몇장 읽다 문득 든 생각.

나는 아가를 키우는 동안 어제와 다를 것 없는 하루를 보낸다 생각했는데 정우가 성장통으로 새벽내 울때면 나도 같이 울며 성장통을 겪고 있었고, 정우 배냇머리가 빠질때면 나도 같이 머리카락이 빠지고 있었다.

같은 하루가 어디 있겠는가.
어제와 오늘의 햇볕이, 기분이 또 바람이 다르듯 정우도 다르고 나도 또 다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인데.

응애응애

정우가 자다 뒤집기와 되집기를 반복하며 데굴데굴 구르는데 벽에 부딪혀 그만 더이상 갈 수 없게 되자 응애응애 울었다.
그런 정우가 난 너무 웃겨 안아 달래며 웃었다.
조금 미안했다. ㅋㅋㅋ

제일 이쁠 때

우리아가, 제일 좋아하는 사진을 올려본다.
어젯밤 잠들기 전 우리는 지금 이때가 제일 이쁜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막 옹알이를 시작할 무렵, 눈이 똘망똘망 해져서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슨 말을 하고싶어 하는지, 우릴 보며 살짝 웃어줄때, 그 때.
정우가 좀 더 커서 논리적으로 얘기하면 안이쁘다고 한다.

+

4년후 드는 생각,

6살에 논리적으로 얘기 하려고 노력하니 더 귀엽다.

다시 없을 크리스마스 선물

죽을 것 같던 10시간이 지난 후 결국 우리는 수술을 택했다. 긴 시간이 허망하게도 10분만에 아가의 울음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저 작은것과 마취에 취해 있던 나를 보며 신랑은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고 했다.
미약한 정신을 붙들고 있던 내게 아가를 보여주던 것이 생각난다.
장시간의 수면부족과 산통 후로 온몸의 기력과 수분이 빠진 나는 억억 소리만 낼 뿐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그런 상태로 아가에게 젖은 물려야한다며 아픈 몸을 겨우 옆으로 뉘었다.
아가가 품에 왔다.

2015년 크리스마스 이브.
나는 엄마가 되었고, 신랑은 아빠가 되었다.

다행히 회복이 빨라 다음날부터는 걸어다녔다.
신랑을 안으니 그제야 눈물이 쏟아졌다.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고 보니 그날이 크리스마스였다.

우리에게 다시 없을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다.

오렌지쥬스

나는 임신이 확인되기 며칠전부터 오렌지주스가 그렇게 먹고 싶었다. 평소 오렌지주스는 입에도 안대던 나로써는 신기한 일이었다.

현석님이 보내주신 ‘퍼펙트 베이비’ 책을 보고있는데 오렌지 주스에 엽산이 많다고 한다.

때는 4월 30일쯤이었다.
검색과 지인의 추천하에 괜찮다는 산부인과에 가서 임신 검진을 받았다. 심장 소리가 들렸는데 기분이 묘했다.
-이렇게 말하면 좀 미안하지만- 엄청나게 기쁘다기 보다는 신기함과 두려움이 함께 오는, 지금까지 느껴본적 없던 이상한 감정이었다. 아마 아빠도 비슷했으리라 생각된다. 그때 그 표정을 생각해 보면.

간혹 라면 등이 땡기는데 입맛은 아빠를 닮은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