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를 닮은 당신에게

높이높이 자라 바람에 흔들리면서도
뿌리는 깊고 대는 단단하게 성장한 것이
시시때때로 느껴지는 당신에게,
매일같이 방에서 마주하던
무수한 대나무숲의 뿌리를 선물합니다.

정우의 꿈

정우가 나에게 꿈이 뭐냐고 물었다.

“엄마는 할머니가 되서도 그림 그리는게 꿈이야~”라고 했더니 정우왈 “난 거대 코뿌리와 가이오가가 나오는게 꿈이야. 그런데 꿈이 잘 안나와~ (시무룩)”

다행

문득 다행인것은 그가 그의 힘듦을 나에게 이야기해주는 것이다. 그것이 내가 도와줄 수 없는 일이 대부분일지라도 언제고 내가 알 수 있도록 덤덤히 이야기해줘서 고맙다.

좀 더 예쁘게 얘기하지 못하고 종종 듣지 못하는 나의 귀와 습관들이 속상할 뿐.

출장 간사이

신랑은 매주 수목금 출장을 간다. 최근에는 CTO로 승진되면서 -2020. 9. 30- 주말에도 틈만나면 거실에 놓아 둔 컴퓨터 앞에 앉아 일을 한다. 매우 축하해야 마땅할 일인데, 고된 일이 늘어나 마음의 짐이 무겁다. 그런 여보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자 출장 간사이 ‘정우의 칭찬할 일’을 모아본다. 혹여나 잊어버릴까 매일 한개씩 적어두고는 -1번부터 수요일- 신랑이 돌아오는 날 비행기를 탈 때 즈음 문자를 보내주었다. 제주로 돌아오는 피로한 몸이 한결 가볍기를 바라며.

1.설거지를 도와주었어요 (옆에서 헹구기를 해줌)
2.차에서 휴대폰을 보지 않기로 한 약속을 지켰어요
(등원길에 보조석에서 유튜브로 동요를 듣던 중, 광고를 ‘건너뛰기’ 해준 후 영상을 보지 않고 뒤집어서 제자리에 놓음)
3.반찬을 골고루 먹었어요 (멸치볶음, 연근)
4.저녁으로 떡볶이를 먹는데 한입 먹자마자 “아빠껏도 남겨놘?”이라고 말했어요 (출장가면 아빠이야기를 많이 하는 정우)

집으로 돌아오는길, 한껏 칭찬해주는데 으쓱하며 이마트로 가자는 정우. 그는 결국 메가리자몽Y를 손에 넣었다.

정우의 신기한 용돈

신랑의 30년지기 친구부부가 놀러와 횟집에서 회를 먹던 중이었다. 갑자기 옆 테이블 부부가 정우와 신랑친구부부의 아들에게-초등생 형아였음- 오천원씩 용돈을 건넸다. 우리는 영문을 몰라 화들짝 놀람과 동시에 쑥쓰럽기도 하고 또 기분이 매우 좋았는데 ㅋㅋ 이유는 다음과 같다.

아이들이 둘이나 있어 바로 옆 테이블에 앉기 싫었는데, 우리 아이들이 예상과는 달리 떠들썩하지 않게 잘 있어주고, 잘 먹어주고, 기다리는동안 책도보는 등 너무 예뻐서 용돈을 주신 것!

이렇게 가치있는 용돈은 처음인 듯 싶다. 주신 마음 또한 감사하게 받아 아이들은 건너편 편의점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사먹었다.

아들아, 이름처럼 바르게 자라 남을 도울만큼 마음이 큰 사람이 되거라.

엄마의 마음은 지금은 작지만 부지런히 키우고 다듬어 나중에 함께 좋은일을 하면 좋겠구나.

동사같은 삶

지난해 첫 아크릴화 수업의 첫 수강생분이 올린 글,

그분은 고3 수험생들의 담임으로 학생들에게 어떤 직업을 가질건지가 아니라,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물어봤다고 한다.

반짝반짝 빛나는 친구들이 얘기한 동사같은 삶.

그 중 나의 눈에 띈 글 하나를 옮겨 적는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충분히 먹고살 수 있는 미술 분야의 직업’

끄덕끄덕 고개가 절로 끄덕여 진다.

최근 열어보는 수업으로 좋아하는 일과 먹고사는 일의 경계에 있는 나는 꽤 행복한데, 친구의 꿈을 매우 응원한다.

반면, 충분히 먹고살고 있지만 좋아하는 일인가 의문이고 -확실히 잘하기는 하지만- 스트레스가 많은 신랑에게 평생 미안한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