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여행

벌써 두번째 맞는 결혼기념일 겸 스트레스 해소겸 우리 가족은 오키나와를 다녀왔다.
비행시간이 가장 짧기도 했고 -돌도 안된 아가와 함께하는 여행엔 선택지가 그리 많지 않다.- 난 여행지보다는 휴양지를 선호하는 편이고 게다가 일본은 어쩐일인지 한번도 가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간 다녀온 여행지는 프랑스와 상해 정도로 여행의 폭과 깊이가 짧고 얕은 나로써는 참으로 적당한 여행지가 아닐 수 없었다. ㅋㅋ
오키나와 힐튼 차탄 리조트로 오는길은 참으로 힘들었으나 굳이 글로 담고싶지 않으니 그냥 ‘쉽지는 않았다’ 정도로 요약한다.
호텔로 가는 리무진 창밖 풍경으로 영화에서나 보던 교복입은 아이들이 나타났다. 꽤 신선했다.
힘들게 도착해 마음껏 기어다닐 수 있는 크고 하얀 침대를 보자 방방 뛰며 웃던 정우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후 모든 일정은 정우의 컨디션에 맞춰주었고 위 사진은 실내 수영장에서 처음으로 수영을 하고는 그대로 꿀잠을 자는 정우의 모습이다.
올해는 제주 앞바다에서 수영한번 못하고 이렇게 지나가나 했더니 오키나와에서 한을 풀고 간다.
여행내내 정우를 안아주고 신경써주며
여러모로 무리해준 여보에게 무한한 감사를…

제일 이쁠 때

우리아가, 제일 좋아하는 사진을 올려본다.
어젯밤 잠들기 전 우리는 지금 이때가 제일 이쁜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막 옹알이를 시작할 무렵, 눈이 똘망똘망 해져서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슨 말을 하고싶어 하는지, 우릴 보며 살짝 웃어줄때, 그 때.
정우가 좀 더 커서 논리적으로 얘기하면 안이쁘다고 한다.

+

4년후 드는 생각,

6살에 논리적으로 얘기 하려고 노력하니 더 귀엽다.

신랑의 반찬

출산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신랑의 출장이 잡혔다. 피할수는 없었다.
신랑은 할 수 있는 모든것을 해주고 다녀오겠다 다짐한듯 보였다.
혼자 있을때 가장 큰 난관은 밥을 먹는 일이었는데, 밑반찬을 바로 꺼내 먹을 수 있도록 그릇에 담아두었다. 한겹 한겹 쌓인 치즈와 김이 들어간 달걀말이도 준비해 주었다. -정말정말 맛있었다-
그 어떤 허세 가득한 음식 사진보다 나는 이 사진 한 장이 그리 아름답다.

흰 머리가 늘어난 당신에게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정우는 벌써 태어난지 5주가 되었고, 그새 키도 몸무게도 많이 늘었다.
최근엔 밤새 눈이 말똥말똥한 녀석 덕분에 새벽내 라디오와 함께하고 있다.
내 온 신경은 날카로워져 있고 몸은 엉망진창이다. 하지만 젖을 먹고 품에서 잠든 얼굴을 보면 정말 천사가 내려온 것이 아닐까하는 기분이 든다.
오늘은 날 보며 따라 웃기까지 했다.
여보가 그걸 봤어야했는데
일하랴, 집안일하랴, 아가보랴, 내 짜증 받아주랴, 이 모든것을 버텨내고 있는 여보에게 말할 수 없이 고맙다.
흰머리가 너무 많이 늘어버려 마음이 아프다.

출장

남편이 출장을 갔다.
오늘 아침 여덟시 반 비행기였다.
마침 장마라 새벽부터 비가 추적추적 오고 있었다.
어제 피곤한데 늦게 잔 탓인지 일찍 눈을 뜨지 못하고 있는데, 부엌에서 달그락 달그락 요리하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남편도 피곤할텐데 일찍 깨서 내 아침을 준비해주고 있었다. 씻지도 않았는데 남편은 오늘따라 보송보송하니 이뻤다. 잠에서 덜깬 탓일까?
오늘 아침은 칼칼한 콩나물 국이다. -먹는입덧 탓인지 아침에 국을 먹어야 속이 쓰리지 않아서- 별거 안넣은것 같은데 남편이 하는 요리는 다 맛있다. 엄청 맛있다.
일곱시가 넘어 옷을 주섬주섬 입고는
어머님께 드릴 엽서와 브로치 -지난 벨롱장, 윤영님한테서 샀다- 그리고 노트북을 챙겨
남편과 함께 문을 나섰다.
매일 아침 출근하는 기분으로 택시를 태워 보냈는데, 돌아와 집에 혼자 앉아 아침을 먹으며 jtbc 뉴스를 보고 있자니 쓸쓸함이 밀려왔다.
-메르스가 잠잠해지고 있기는 하지만 서울은 여전히 불안하다-
테이블에서 밥을 먹고 테이블에서 화장을 하고 잠깐 사이에 동선이 모두 뒤틀렸다.
아 뽀뽀나 한번 더 하고 보낼껄..

입덧

입덧을 전혀 안한다. 임신 8주차인데.
유전이라길래 엄마한테 물어보니 본인도 잘 안하셨다고 한다. 3개월 부터 한다나 3개월까지 한다나 잘 모르겠다며 이젠 기억이 잘 안나신다고.
하지만 나도 두어번 정도 입덧을 한것도 같다.
어느 날 아침 공복에 한 번, 언제인지 집에서 짜파게티를 먹으려고 하는데 한젓가락을 먹고는 그냥 헛구역질을 해버린 그때 또 한 번.
다행인듯 특별히 먹고싶은것도 없어서 신랑과 나는 굉장히 무난한 임신 초기를 보내고 있다.
아마 삼시세끼 잘 챙겨 먹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요즘 찌개를 끓이면 꽤 맛이 있어서 자신감 상승중이라!
며칠전에는 갑자기 빨갛게 잘 익은 사과를 -잎 부분엔 빛을 못 받아서 노란 얼룩이 있는-
한손에 들고 크~게 한입 베어먹고 싶었는데 요샌 사과철이 아니라고 맛이 없단다.
아마도 어릴때 부터 사과는 일년내내 먹고 자란 탓이리라.
아, 우리 아빠는 영천에서 크게 사과농사를 지으셨다. 지금은 이런저런 이유로 많이 작아져서 남의 밭도 일구시지만.
아무튼 지금 못 먹는다니 괜히 먹고싶어졌다.
여보가 이 글을 겨울에 봐야할텐데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