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포스터

개인전시회 포스터는 매회 위치 기반의 디자인 작업을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갈 예정입니다.

세 번째 개인전

세 번째 개인전은 서울의 북촌한옥청에서 열게 되었습니다. 매우 설레입니다.

섬의 풍광
김초희 천연염색화 展

북촌한옥청
서울 종로구 북촌로 12길 29-1

2021. 11. 16 (화) ~ 21 (일)

천연염색화

작가라는 호칭을 일부러라도 부여해서 엄마 김초희와 작가 김초희를 살아보던 날들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엄마로서의 삶의 흐름이 강해 작업의식이 흐려지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며칠 전 나는 SNS에 올리던 나의 작업물들을 좀 더 체계적으로 수업 또는 일상과 분리해보았다. 그제야 나는 작가의 호칭을 떼어내고 온전히 나의 이름 김 초자 희자 석자로 작업물을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2021년 5월 26일나의 작업물들을 ‘천연염색화’라 이름붙였다.

엉뚱한 곳에서의 해답.

숲을 그리는데에 어려움을 겪은 후로 붓을 들기가 싫은 며칠이 자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전혀 다른방향에서 해답을 찾았으니, 그것은 바로 윈드스톤에서의 일이었다.

평소 보리차처럼 커피를 연하게 즐기는 나는 며칠 전 원샷을 부탁드렸고, 새벽에 잠이 들었던 것.

잠이 안오면 그림을 그리면 되겠다며 흘려 말한 사장님의 말이 마음에 닿은 것인지, 정우가 잠든 이시각 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때마침 최근 작품이 좋다며 연락이 온 지난 작품의 구매자분과 그 지인분까지 감사한 마음.

작품을 깨부술 용기가 안난다.

천연염색과 아크릴 물감의 조화가 어느정도 감이 잡히는 듯 하여, 작은 사이즈의 작업을 마치고 곱게 염색해둔 커다란 천을 조심조심 꺼냈다.

천천히 작업을 해나가는데, 배경에서 원하는 만큼의 톤이 나오지 않았다.

근데 나는 도자기처럼 깨부술 용기가 안난다.

2020.12.30

며칠간 내린 폭설에 신게된 무거운 등산화 때문인지 다리에 힘이 풀린 것인지, 계단을 내려가는 길이 힘이 들었다. 영정 사진을 보고 난 후에도 나는 슬픈 감정이 들거나 눈물이 나지 않아 이상할 따름이었다. 사진 속 언니는 너무 밝기만 했다. 어찌할 줄 모르는 내게 꽃을 얹고 인사하는 법을 혜광님이 도와주셨다. 옆에 앉은 유림 언니에게 고심고심하여 내뱉은 말은 “언니 이게 진짜인지 잘 모르겠어요~”였다. 언니는 원래 그래~ 나도 그래~ 비슷한 말을 내뱉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즈음에는 순간순간 어지럽고 눈이 잘 떠지지 않았다. 언니의 하얗고 말랑말랑한 손은 난로만큼이나 따듯했다. 입구에는 소리없이 나오는 눈물을 고운 손수건으로 연신 닦고있는 현정언니가 앉아 있었다. 눈이 마주치면 괜찮다는듯 마른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나는 또 손을 맞잡아 주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것 뿐이었다. 앙상히 마른 어깨와 맞잡은 손에는 힘이 없어 핏줄이 다 튀어나와있었다. 주변에는 제주의 몇몇 동료들이 숨을 죽이고 있었고 폭설에도 단숨에 내려와준 원주님과 서울분들이 신랑과 함께 일해주고 있었다 .

12월 30일 폭설이 내렸다. 8시 즈음 정우와 잘 준비를 하려는데 신랑에게 전화가 왔다. 수화기 너머로 듣기에도 목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신랑은 술을 마신터라 내가 운전대를 잡고 정우와 함께 제주대학교 응급실로 향했다. 지난 차사고때처럼 언니들이 응급실에서 곧 나올 줄 알았다. 그때부터 이틀이 지나도록 나는 실감을 못했던 것이다. 신랑은 다음날 회사에 이 사실을 알리는 순간 눈물이 났던 것으로 기억한다. 통화를 할 때 간간이 목소리가 떨렸고 간신히 이성의 끈을 잡고 있는 듯 했다.

오늘 1월 1일, 신랑에게 민지언니 잘 보내주고 오라고 한 말은 나에게도 작별인사와 같았다. 준비없이 맞이한 이별에 함께했던 순간들을 되뇌이고 글을 써봐도 나는 여전히 실감이 나지 않는 상태이다.

대나무를 닮은 당신에게

높이높이 자라 바람에 흔들리면서도
뿌리는 깊고 대는 단단하게 성장한 것이
시시때때로 느껴지는 당신에게,
매일같이 방에서 마주하던
무수한 대나무숲의 뿌리를 선물합니다.

정우가 나에게 꿈이 뭐냐고 물었다.

“엄마는 할머니가 되서도 그림 그리는게 꿈이야~”

“난 거대 코뿌리와 가이오가가 나오는게 꿈이야. 그런데 꿈이 잘 안나와~ (시무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