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다음

서양학과를 반대하던, 먹고 사는 일이 걱정인 어른들의 조언으로 가게 된 시각디자인과에서 나는 3학년을 끝마칠 무렵 어렴풋이 깨달았다. ‘아 디자인은 나의 길이 아니구나.’

하지만 디자인을 배움으로써 인생을 살아가는데에 큰 얻음이 있었으니, 바로 아름다운 사물을 분별하는 시각을 갖게 된 것이다.

다양한 서체의 아름다움부터, 그리드에 의한 정렬과 색채, 클래식의 미, 미보다 앞선 실용성, 청바지에 검은 목폴라의 잡스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

외에도 실로 방대한 것들이 삶의 습관을 바꿀 정도로 내안에 깊숙이 자리해 있다.

여직 존경하는 교수님께 얻은 이러한 가르침을 이대로 놓는건 도리가 아닌 것 같아 용기낸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회사가 바로 ‘다음’이었다.

다음은 10년 전 홀로 제주에 내려온 까닭이었고,

많이 힘들었고,

그 안에서 신랑을 만나 참 많이도 행복했던 회사다.

그런 애증의 GMC가 이제 매각이 되어 추억이 사라진다니 꽤나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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