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봄인가 여름이었다.
나는 소주가 땡길(?) 정도로 -평소 맥주파다- 부동산 시장을 살펴보았고, 신랑 말을 빌리자면 나 빼고 다 부자였다.
유배오던 척박한 곳에서 하루아침에 땅부자가 된 제주것들이 주변에 많았고, 그렇지 않으면 여유있는 육지것들이 이주해오는 제주도였으니.
이사를 결심한 이유는 자꾸 어딘가 고장나는 20년 넘은 아파트도 아니었고, 주차난이 심해서도, 가시같은 말을 저도 모르게 뱉어대는 이웃도 아니었다.
그냥 내 마음이 떠나서.. 가 아닐까 싶다.
다만 이사가 가능할 정도로 핑곗거리가 많았을 뿐.
덕분에 나는 창이 예쁜 방에서 (작업실을 얻었다면 고민해야했을) 연세에 대한 부담없이 작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정우가 초등학생이 되기 전까지 딱 2년동안.
실제로 한 달을 살아본 결과, 주차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높고, -이 부분은 신랑이 나보다 더 좋아하는 것 같아 다행이다.- 이웃에게 방해받지 않는 삶이 2순위 정도 된다.
또 쓰레기 버리러 가는 길이 우리가족의 저녁 산책길이 되어 행복하다.
작업을 하기에 아무튼 안성맞춤인 곳이다.
빈부격차 따위는 생각도 안날만큼 부지런히 작업에 임해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