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고와 바라언니

하늘이 맑은 무척이나 좋은 날이었다.
신랑의 지인이 -이제 나의 지인이기도 하다- 제주로 여행을 왔다.
우리는 서쪽 해안도로를 따라 달렸다.
왼쪽에는 처음보는 카페가 있었다.
그것이 인디고와의 첫 만남이다.
그렇게 시작된 인연은 나의 첫번째 전시인 태교전시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생각해보면 무턱대고 연락해 내 그림을 전시할 수 있겠느냐는 물음에 너무 좋다고 말씀해주신 사장님도 참 신기하다.
지금도 위안이 필요할 땐 어김없이 인디고를 찾는데 어느순간 나의 집에 온것같은 느낌이 들던때가 있었다. 사방을 둘러싼 큰 창으로 들어오는 햇빛 때문인지 여사장님의 예쁜 미소때문인지 그윽한 커피향과 맛있는 케익 때문인지 모를일이다.
어쩌면 운이 좋아 갓 구운 스콘을 바로 먹을 수 있는 영광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일지도..
바라언니와의 인연 또한 그곳에서 시작되었다.
카페 중앙에 자리한 테이블에는 각종 서적과 꽃 등이 자리해있는데 그 곳에 고운 그릇이 있었다.
그렇다.
바라언니는 그릇을 만든다.
언제고 한번 만나고 싶다고 하니 토요일 오전 한가로운 주말 아침에 다같이 볼 기회가 있었다.
여리여리하지만 강단있는 손 끝이 그녀의 그릇과 닮았다 생각했다.

어제는 그간 작업해오던 천연염색 아크릴화의 문제점을 눈으로 확인한 날이었다.
제주 동쪽 샵에 납품한 그림이 너무 멀어 자주 찾아뵙지 못하고 관리가 잘 안되어 철수를 하게 되었다. 짧은 기간이었는데 두 점의 그림에 색이 많이 날아갔다.
안타까움은 오래 남았다.
천연염색은 빛에 약해 색 보존이 어렵고 변색이나 이염이 잘된다. 그것이 천연염색의 매력이자 취약점이었다.

그렇기에 어제는 왜인지 바라언니가 무척이나 보고싶었다.
이런저런 작업의 고충을 얘기하고나니 마음이 한결 나아졌다.
물론 여러가지 조언도 함께 얻었다.
바라언니에게는 마음의 평안과 함께 시원시원한 그녀의 성격과 닮은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인디고에서 셋이 함께 커피를 마시며 웃고 떠들날을 기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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